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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걸의 영화

여자들이 현빈 하지원의 시크릿가든 좋아하는 이유


어제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을 봤습니다. 아내는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시크릿가든'은 챙겨봅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간혹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본 것 같습니다.

시크릿가든은 여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하더군요. 물론 드라마가 대부분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특히 시크릿가든은 여자들에게 더 인기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방송분은 자체 최고시청률인 24.7%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더군요.

그렇다면 왜 그럴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여자들의 환상 로망 사랑이야기가 재밌다는 점입니다. 부잣집 왕자님과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진부한 환상 스토리지만 심각하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돈많고 능력있는 부잣집 남자가 가난하지만 당당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러브스토리는 언제나 여자들에게 로망이겠지요.

이번 방송을 보면 남자 주인공 김주원(현빈)은 길라임(하지원)에게 망신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월세 30만원의 길라임 사글세 집에 찾아와 포옹하면서 주원이 했던 말이 압권이었지요. 왜 왔느냐는 길라임의 질문에 대한 주원은 대답은 "이럴려고 왔다."였습니다. 길라임은 주원의 포옹에 반항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받아주더군요. 앞으로 해피엔딩 가능성인가요.

부잣집 왕자님과 가난한 여자의 진부한 사랑이야기 비밀 깨졌다

그래서 시크릿가든에는 여자들을 속시원하게 하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재벌2세랍시고 회사에서는 큰 소리치고 좋은 집에 살지만 주원은 길라임 앞에서는 어리버리하고 당하기만 합니다. 재벌2세 왕자님이 길라임을 향한 짝사랑에 괴로워하고 질투심어린 눈으로 오스카(윤상현)을 대하는 장면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합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내버려두고 나와버리는 길라임에 분노하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김주원이 때론 불쌍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유치장에서 주원이 함께 갇혀있던 남자의 트레이닝복을 보면서 놀라는 장면은 웃음을 선사하더군요. 트레이닝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명품과 똑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주원이 길라임으로 영혼체인지를 했을 당시 백화점에서 샀던 그 명품이지요. 그런데 그 남자가 몸을 돌려 누워 보니 등에는 '입구에서 현빈'이라고도 씌여 있었습니다. 반전에 배꼽을 잡고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짝퉁을 입은 시크릿나이트 삐끼였나 봅니다. 사장실 엘리베이터에서 그냥 문닫고 가버리는 길라임을 따라잡기 위해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주원의 모습도 불쌍했지요.

주원이 오스카에 대한 질투심 폭발도 재밌었지요. 길라임이 좋아하는 오스카 달력과 브로마이드에 눈을 파버리고 온갖 낙서를 한 것은 주원이었습니다. 주원은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오스카 생년월일로 바꿔놓은 것, 휴대폰으로 오스카에게 문자를 날리는 것, 오스카가 새겨진 양말을 신은 것 등에 질투심이 타오릅니다. 그리고 주원과 오스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요.

그런데 주원(현빈)의 고급 저택에는 우풍이 심한지 현빈의 입김이 방송에 그대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빈의 입김은 길라임(하지원)이 혼잣말로 했던 "집안에 우풍이 있나?"라는 것을 되새기며 하지원 예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여기서 우풍은 외풍(外風)이란 단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지요. 아무튼 주원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오스카에게 길라임이 문자를 날린 것을 알고는 그녀가 오스카에 대해 "한 3초쯤 생각하고 오스카."라고 길라임이 생각한다며 질투어린 말을 내뱉지요. 길라임이 그다지 오스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었습니다. 주원의 질투심에 웃기는 장면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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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과 하지원의 캐릭터와 연기력도 여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한 몫 했습니다. 하지원은 여자들도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등장하지요. 기존 왕자님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청순가련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크릿가든의 하지원은 선머슴처럼 톡톡 튀면서 독특합니다. 재벌2세 사장을 우습게 여기고 자존심이 무척 강합니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 싫어하고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김주원의 휴대폰에 '김똘추입니다'라고 입력해둔 것도 길라임입니다. 똘추란 또라이 추리닝이란 뜻이었지요. 길라임은 사장 주원을 똘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길라임에 자신의 집에 있던 고가의 트레이닝복 등을 비롯한 명품 물건들을 모두 정리해 주원에게 보내려 합니다. 영혼체인지 동안에 바뀐 주원이 사둔 물건들이라 길라임은 모두 필요없다는 것이지요. 그냥 놔둬도 되지만 길라임 성격상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요.

재벌2세들이 여자들을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길라임은 만만한 여자가 아니지요. 재벌2세 왕자님과 사귀어 봤으면 하는 환상도 없습니다. 길라임에게 주원은 철없고 똘추같은 인간일 뿐입니다. 그러나 주원은 그런 길라임에 점점 빠져들어 갑니다. 그냥 홀연히 떠나버리는 인어공주가 아닙니다. 길라임이 나는 왕자님에게 사랑에 빠진 인어공주라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럴수록 주원은 길라임을 인어공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현빈-하지원 연기력과 작가 구성력의 찰떡궁합 마법 드라마

현빈은 재벌2세로서 까칠하고 차가운 이미지입니다. 이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도 현빈은 까칠한 재벌 2세 역할이었지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빈은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시크릿가든의 현빈은 재벌2세를 즐기듯 행동합니다. 재벌을 자랑스러워하고 신분이 낮은 사람과 결혼도 아예 생각하지 않지요. 겉으로는 차갑고 까칠하지만 속으로는 독하지도 모질지도 못합니다. 점점 하지원에게 빠져드는 이유겠지요.


여자들은 시크릿가든에 등장하는 현빈과 하지원 이외에도 무술감독 임종수 역의 이필립에도 관심이 높더군요. 지적인 이미지에 남자답게 생긴 외모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또한 이번 방송에서 혼자 샤워신을 선보였는데 복근도 대단했지요. 앞으로 이필립과 주원 동생 희원 역의 최윤소가 새로운 러브라인을 만들어 갈 것 같은데 기대가 됩니다.

또 하나, 김은숙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가 시크릿가든을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중간중간에 톡톡 튀는 대사들이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드라마에 빠져들게하는 작가의 역량이 뛰어난 것이지요. 주원이 트레이닝복에 집착하는 대사를 보면 "40년 동안 트레이닝복만 만들어온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만든 트레이닝 복"이란 설명을 해 웃기게 해주지요.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가든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각 다른 개성의 캐릭터로 만들어 모두 빛나게 해주었지요. 요새 드라마하면 불륜, 폭력 등 막장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데 시크릿가든에는 그런 막장 요소가 거의 찾아볼 수 없지요. 막장드라마로 한탕주의 시청률을 생각하는 방송국 제작진에게 있어 신선한 작가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여러 연기자들을 개성있게 빛나게 해주는 작가의 구성력에 놀라게 됩니다. 영혼체인지라는 마법도 기발한 구성이었지요.

시크릿가든은 재벌2세와 가난한 여성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진짜 재벌2세 최철원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폭행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마당에 재벌2세 드라마는 부정적 인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빈과 하지원의 연기력과 김은숙 작가의 현란한 대사 덕분에 재벌2세 드라마지만 오히려 유쾌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주말극장을 만들었지요. 여자들이 시크릿가든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드라마 속 그들과 달리 우리 현실은 재벌2세 최철원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끊임없이 수탈하고 국민세금을 떡주무르듯이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